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을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하게 하신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는가?(민 14:34-35)
RevSuh  2008-07-27 21:03:39 hit: 2,337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으로 행진할 때 모세는 열두 명의 정탐군들을 보내어 그 땅을 탐지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 땅을 탐지하고 돌아온 열 명의 정탐군들을 그 땅을 악평하여 백성들을 두렵게 하므로 온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여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가데스바네아에서의 이 사건 후에 하나님께서는 노하셔서 저들이 40일 정탐한 하루를 1년으로 계산하여 40년을 광야에서 유랑하게 하셨다.
  
그러면 과연 하나님의 이 처사는 정당한가?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께서 그렇게까지 당신의 백성을 괴롭게 하실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실들을 지적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해방된 것은 오늘 우리가 죄와 그 권세에서 구원받은 것과도 같았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실 의무가 없으시듯이,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해방시키실 의무도 없으셨다. 그런데 구원받은 저들이 은혜를 망각하고 오히려 원망하고 불평하였다. 그것은 큰 죄였다. 저들은 하나님을 열 번이나 시험하였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불신하고 의심하였다(14:22). 또 그를 멸시하였으며(23절), 원망하였다(27절).
  
물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마 약속하신 그의 약속을 성취하신다. 그러나 그는 공의도 세우시기 위하여 벌할 자를 벌하신다.1) 저들은 스스로 이 광야에서 죽었으면 하고 죽기를 소원하였으며 그들의 소원대로 모세는 저들이 그 광야에서 엎드러져 죽을 것이라고 말하였다(29, 32-33, 35절). 그리고 40년을 그 광야에서 방황하는 동안 그들은 거기서 모두 죽었다. 그러므로 저들이 죽은 것은 저들의 소원대로 된 것이다.2)
  
이렇게 볼 때 하나님의 심판은 공정했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정탐자 중에 여호수아와 갈렙은 본 그대로를 정확하게 보고하고 살았으며(30, 36-38절), 20세 이하로 불평과 원망에 가담하지 않은 세대는 모두 가나안에 들어간 사실을 미루어 볼 때 하나님의 심판은 매우 공정하였다.
  
그러면 하루를 1년으로 계산해서 40일을 40년으로 계산한 것은 어떤가?  이 수에 대해 어떤 학자는 아마도 상징적으로 한 세대를 가리킬 것으로 보았다.3)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 기간이 원망과 불평을 한 세대에 대한 심판의 기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들은 그 40년 기간에 모두 광야에서 죽었던 것이다. 그러면 20세 이하의 다음 세대에게는 어떤가? 그들에게는 공평하지 못하신 것이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 에스겔 선지자는(겔 18:1-3, 13-18) 범죄하는 그 영혼이 죽으리라고 하여 부모의 죄에 대한 책임을 자녀가 지지 않는 것으로 말씀하였다. 그러나 다른 성경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죄의 결과를 져야 한다고도 말씀하고 있다(33절; 출 20:5, 12; 24:6). 여기에는 모순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모세는 부모의 죄의 물질적이고 육신적인 결과에 대해서 언급하는 데 비해 에스겔은 개인 책임의 죄에 대한 유죄와 그것의 영적 결과에 대해서 말씀하기 때문이다.4) 그리고 실제로 볼 때 20세 이하의 세대가 광야에서 고생하기는 했으나 저들은 부모의 죄 때문에 죽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계약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 이 언약은 내가 너희 열조를 쇠풀무 애굽 땅에서 이끌어 내던 날에 그들에게 명한 것이라 곧 내가 이르기를 너희는 나의 목소리를 청종하고 나의 모든 명령을 쫓아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는 내 백성이 되겠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리라”(렘 11:4).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계약에 따라 그들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조건을 이행할 때 한한 것이었다. 그런데 저들이 먼저 저들 편의 계약 조건을 깨뜨렸기 때문에 하나님 편에서는 저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을 이루실 책임이 없으셨다.5) 33절에 저들의 패역한 죄는 우상 숭배와 동의어로서 영적으로 불성실함을 가리켰다.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지금 애굽에서 나와 1년 반이 못 되어 은밀하게 우상 숭배로 하나님을 멀리 떠나 있었던 것이다(행 7:42-43).6)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계약에 의한 하나님의 약속은 조건적이었다. 이스라엘이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면 약속대로 축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을 깨고 하나님을 떠나 우상 숭배의 죄악에 빠질 때 그 백성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축복 대신 심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계약에 묶인 상태에서 부모에 대한 심판은 자연히 그 자녀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진실된 신앙의 부모를 모신 자녀는 그 누구보다도 큰 복을 받은 자녀라고 말할 수 있다.

   주
   1. 박윤선,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주석(서울: 영음사, 1971), p.234
   2. G.J. Wenham, Numbers(Downers Grove: IVP, 1981), p.123
   3. The New Bible Commentary, Revised(London: IVP, 1970), p.184
   4. The Bible Knowledge Commentary, Old Testament(Victor Books, 1985), p.232
   5. Jamison, Fausset & Brown, Commentary on the Whole Bible(Grand Rapids: Regency, 1961),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