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삼십세 이상으로 오십세까지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 (민 4:3; 3:8; 스 8:24)
본문은 레위 자손 중에 고핫의 가족들이 성전 봉사를 언제 시작해서 몇 살에 마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규례이다. 그런데 봉사를 마치는 은퇴의 나이에 대해서는 위의 세 구절에서 동일하나 봉사를 시작하는 나이는 30세, 25세 그리고 20세로 서로 다르게 기록되었다. 그러면 그 중에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 이 문제에 해답을 하기 전에 먼저 레위 지파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레위 지파란 이름은 레위의 후손에게 붙여 진 이름이다. 레위는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세 번째 아들이었다(창 29:34; 35:22‐26). 레위의 후손이 이스라엘 종교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선택하시므로(출 2:1‐10; 6:14‐27; 민 26:59) 레위 지파가 다른 지파보다 존귀하게 된 것 같다. 그것은 모세와 아론이 레위의 세 아들 중 고핫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면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경배하며 하나님을 반역했을 때 레위 지파는 모세의 편에 서서 저들에게서 구별됐었다. 아마도 이런 것이 하나님의 계획에서 특권과 책임의 위치에 설 수 있게 한 것 같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으로 선택하시는 것은 우리의 공로나 선행의 조건으로 하시지 않고 조건 없이 선택하신다⑴. 그러나 사역을 위해서 일군을 불러 쓰시는 것은 다르다. 레위 지파는 크게 보아 삼중의 조직을 하고 있었다. 제일 높은 계급에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차지했는데 이들만이 엄격한 의미에서 제사장들이었다. 중간 계급에는 아론의 가족이 아닌 다른 고핫 족속들이 다 포함되었는데 이들에게는 성막 안에 성물들을 운반하는 책임과 특권이 부여되었다(민 3:27‐32; 4:4‐14; 7:19). 제일 낮은 계급에는 게르솜과 므라리 가족들이 소속했는데 이들에게는 보다 못한 책임들이 주어졌다(민 3:21‐26, 33‐37).
그러면 제사장과 레위인은 무엇이 다른가? 제사장은 반드시 아론의 가족에 속해야 한다. 이에 비해 레위인은 레위의 큰 가족에 속하였다. 제사장은 물론 레위 지파여야 하나 레위인은 꼭 제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사장들은 성직에 봉직되었으나(출 29:1‐3; 레 8장). 레위인은 정결케 되었다(민 8:5‐22). 레위인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선물로 간주되었다(민 3:5‐13; 3:19; 18:1‐7). 근본적인 차이점은 제사장만이 제단에서 섬기고 성소에 들어가는 권리가 있었다(출 28:1; 29:9; 민 3:10, 38; 4:14, 17; 18:1‐17; 25:10‐13)⑵.
이제 레위인의 봉사 연령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본문이 밝히고 있는 대로 원래 레위인의 봉사 연령은 30세였는데 수세기를 지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겔 1:1)⑶. 그러면 25세 이상은 회막에 들어와 봉사할 것이요(8:24) 한 말씀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제미슨(Jamieson)은 레위인은 25세에 그들의 일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학생이나 견습생으로 그들의 형님들의 감독과 지시 아래 있었으며 30세 때 그들의 공식적 활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이 허용되었다고 보았다. 이런 실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목사 후보생이 목사 안수를 받고 사역하기까지 훈련기간이 필요하며 세례 지원자나 결혼을 목적으로 교제를 하는 사람들이 결혼식을 하기까지 모두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 않는가? 그리고 실제로 엘리 제사장 때 사무엘은 25세, 20세가 아니라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봉사를 위해 준비하지 않았는가?(삼상 3:1) 따라서 25세 전까지도 다양한 봉사의 준비가 있었다.
그런데 에스라 3:8에서는 레위인의 봉사의 연령을 20세로 낮춰 말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에스라 2:40과 느헤미야 7:43에 바벨론에서 돌아온 레위인은 모두 74명뿐이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문지기나 성전 종들과 제사장들은 4,289명이나 되었다(스 2:36‐39). 이런 상황에서 성전 개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감독하기 위한 레위인은 소수였으므로 20‐25세의 젊은 나이에 봉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⑷.
그밖에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본문에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 모든 자를 계수하라 했는데 그 역사란 말의 어원은 전투나 병역을 가리켰으나 여기서는 성막에서의 봉사로 쓰였다(23, 30, 35, 39, 43; 민 8:24‐25). 그러므로 이 말의 어원은 어려운 일이나 고역에 대해 쓰였다(사 40:2; 욥 7:1). 이렇게 볼 때 레위인의 봉사가 이스라엘의 군사적 진군에 필수적인 무기를 운반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⑸.
이렇게 레위인의 사역은 군인들의 전투처럼 힘든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30세나 25세의 봉사 시작은 당연했겠다. 그러나 다윗의 법궤를 위한 영구한 자리를 마련한 후에 레위인의 봉사 연령은 낮아질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운반 인으로서 장성한 레위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상 23:24)⑹. 그러므로 본문의 레위인의 봉사 시작 연령은 30세, 25세, 20세가 모두 옳다고 할 수 있다.
주 1. Pictorial Bible Dictionary(Grand Rapids: Zondervan, 1975), pp.483‐484 2. Ibid., 3. The Bible Knowledge Commentary(Victor Books, 1985), p.220 4. G.L. Archer, 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Grand Rapids: Zondervan, 1982), p.135 5. Philip J. Budd, Numbers(Waco: Word, 1984), pp.47‐48 6. The New Bible Dictionary(Downers Grove: IVP, 1965), p.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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