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RevSuh  2008-08-12 12:09:10 hit: 1,452


    "어찌하여 훤화하며 우느냐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하시니 저희가 비웃더라"(막 5:39-40상반절)

본문은 예수님이 갈릴리 호숫가에서 복음을 증거하실 때 있었던 일이다. 한 회당장이 주님께 와서 절하며 그의 어린 딸이 죽게 되었으니 오셔서 고쳐 달라고 간청했다. 무리에 에워싸인 예수님은 재촉해서 그 길을 가실 수가 없으셨다. 그런 와중에 마침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소식을 가지고 왔다. 저들은 회당장의 딸이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예수님을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회당장은 딸의 소생이 불가능해진 것을 깨닫고 크게 낙심하였다. 그런데 그 때에 예수님은 회당장에게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고 용기를 주셨다. 마침내 회당장과 함께 그의 집에 도착하신 예수님은 곡하는 사람들을 나무라시면서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마태복음 9:24과 누가복음 8:52에도 기록되었는데 다 잔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 여기서 정말 회당장의 딸은 죽은 것이 아니라 문자대로 자고 있었는가? 만일 죽은 것이 사실이라면 예수님은 실제로 야이로의 집에 가셔서 그 딸을 보기 전이었으므로 죽은 것을 모르고 하신 말씀인가?
  
어떤 학자들은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보다도 마가복음이 먼저 기록된 최초의 복음서이므로 모호한 기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또 야이로의 딸은 무의식이었거나 혼수상태에 있었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런 해석은 예수님의 기적의 능력을 감소시키려는 현대주의 해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1) 왜냐하면 야이로의 딸은 죽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1) 야이로의 집에서 온 사람들의 증언(35절) (2) 많은 사람들이 그 딸이 죽었으므로 울고 있었던 점(눅 8:52) (3) 예수님의 잔다는 말씀을 듣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비웃은 점(5:40), (4) 예수님의 명령으로 그 딸의 영이 되돌아 온 점 등이다. 결국 그 딸의 영이 몸을 떠났었다는 것은 그 딸이 이미 죽었던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면 예수님은 왜 분명히 죽은 딸을 잔다고 하셨는가?
예수님은 요한복음 11:11에서 나사로가 죽었을 때에도 제자들에게 동일한 말씀을 하셨다. “우리 친구 나사로가 잠들었으니 내가 그를 깨우러 간다”.  헬라어는 이 두 경우에 잔다는 말을 서로 다른 말을 쓰고 있다. 이 본문에서 잔다는 이 말은(λαθεύει) 죽음의 잠으로 쓰일 수 있으며, 70인역에서(시 87:6과 단 12:2)와 데살로니가전서 5:10에서 그렇게 썼다. 그러나 역시 이 말은 자연스런 잠으로 쓰일 수도 있다.2) 그러므로 이 말들은 문맥을 따라서 자는 것이 아니라, 죽은 것으로 쓰일 수 있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도 나사로의 경우 앞서 잔다고 하셨으나(요 11:14) 이어서 나사로가 죽었다고 부언하셨다. 거기서 예수님이 의도하신 바는 죽음이 마지막 날이 아니라 종말에 가서는 생명이 사망도 이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자는 사람은 깨움으로 일어나듯이, 이 아이를 깨우게 되리라는 것이었다.3)  예수님에게 부활의 도래는 너무도 분명하였으므로 죽음에서까지도 사람의 시각적 증거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었다.4)  반스(A. Barnes)도 이렇게 이 구절을 해석하였다. 그 소녀의 존재는 끝난 것이 아니다. 비록 그녀의 몸은 죽었으나, 그녀의 영은 살았고, 그러기에 부활의 소망 중에 그녀는 자고 있는 것이었다.5)
  
예수님은 자신의 말씀이 참되심을 보여 주시기 위해 소녀에게 아랍어로 `달리다굼'하셨다. 즉 소녀야 일어나라!는 명령이었다. 즉시 소녀는 일어나서 걷게 되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예수님은 한 평범한 유대의 한 청년이었으나 사실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전능하신 하나님이셨다. 그에게 죽은 자를 살리시는 일은, 사람을 깨우는 일 이상이 아니었다.

   주  
   1. The New Bible Commentary, Revised(IVP, 1970), p.863
   2. Vicent Taylor,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rk, Macmillan Co. Ltd, London. 1959, p.259
   3. W. Hendriksen, The Gospel of Mark. p.213
   4. Edward Schweizer, The Good News According to Mark. Trans by Donald H. Madvig. John
      Knoxpress,(Atlanta, 1970), p.119
   5. Albert Barnes, Notes on the New Testament(Kregel, 1970), 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