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안식일
RevSuh  2008-08-12 12:14:43 hit: 2,661

    "또 가라사대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
     (막 2:27-28)

                                                  
안식일에 밀밭 사이로 지나가고 있던 제자들은 배가 고프던 터라 밀삭을 잘라 비벼 먹게 되었다. 마가복음 2:1에서 3:6 사이에는 예수님의 바리새인들에 대한 반대와 비판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던 터라 이 사건은 즉시 저들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사실 구약에 보면 여행자가 그릇을 가지지 않고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 먹고 밀이나 보리밭에서 이삭을 잘라 먹는 것은 허용되고 있었다(신 23:24-25). 물론 본문에서는 그것이 안식일이었다는 데서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대한 성경의 교훈에 따르려 하기보다는 조상들의 유전을 따라 이 문제를 취급하였다. 안식일에 대한 유전에서는 안식일에 아무리 사소한 추수를 해도 그것은 안식일을 범한 책임을 져야 했다. 이삭을 뽑는 것은 추수와 같았고 그 줄기 중에 어느 하나를 부러뜨리는 것은 추수의 책임을 져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부지중이거나 무지에서 나온 것이면 희생을 드릴 수 있었지만 고의적이면 돌로 침을 당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유의 법은 39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갈고, 뿌리고, 거두고, 단을 묶고, 타작하고, 키질하며 갈아 제분하고.... 양털을 깎고, 물을 들이는 것 등이 있었다. 또 밭고랑을 만드는 것은 땅을 갈고 채소를 뽑는 것과 일반으로 보았고 비비고 이삭을 뽑는 것은 추수와 같이 보았다.1)
  
이런 계율적인 율법의 해석은 오히려 사람이 안식일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라도 창조된 것처럼 취급한 것이다. 그리하여 제자들이 안식일을 크게 범했다고 비난하게 되었다.
  
본문은 이런 바리새인들의 비난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이다. 예수님은 먼저 안식일 성수가 엄격하였던 구약 시대에 있었던 한 예를 들어 시작하셨다. 다윗 왕이 그의 동료와 같이 예루살렘 근처 놉 땅에 있던 성전에서 진설병을 먹었음을 상기시키셨다(삼상 21:16). 거기 진설병은 매 안식일마다 새로운 것으로 바꾸었는데 그때 오래된 것은 제사장들만 먹을 수 있었다(레 24:9). 그러나 당시 대제사장이었던 아비아달은 배고픈 다윗에게 그 떡을 주었고 다윗은 그것을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삼상 21:6). 여기서 예수님은 인간의 필요가 의식법에 우선함을 지적하신 것이다.  또 안식일날 다윗이 진설병을 먹고 생명을 구한 사건을 통해서 전통적인 해석을 재해석하기를 기대하셨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세우신 규례이다. 그런데 창세기 1:26-2:3에 보면 안식일보다 사람이 먼저 창조되었다. 그리고 안식일은 사람을 위한 축복이 되도록 제정되었다. 사람으로 건강하게 하며 사람을 도와 행복하게 하며 더 거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안식일은 그의 조물주의 사역을 명상하며 여호와를 기뻐하게 하기 위함이요(사 58:13-14) 남아 있는 안식의 기쁨을 기대감을 가지고 바라보게 하심이었다(히 4:9).2)
  
따라서 안식일에 대한 규례나 해석은 그 날을 세우신 하나님의 목적에 일치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목적이 성취될 때 하나님의 안식일은 가장 잘 지켜지는 것이 된다.
  
창세기 2:2-3에 보면 하나님이 그의 6일 창조사역을 마치시고 7일째 쉬셨다고 하였고 그 일곱째 날을 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다. 안식일이란 의미는 히브리말로 쉰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사실 예수님도 바리새인들도 하나님께서 6일을 일하시고 피곤하셔서 쉬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창조의 일을 마치셨고 중단하셨을 뿐이다.
  
그러면 왜 안식일을 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는가?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6일을 일하면 피곤하고 쉬어야 하는 그의 피조물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명기 5:12-15에서는 "네 남종이나 여종도 너희들처럼 쉬게 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안식일은 사람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요, 이날은 사람의 필요가 채워질 때 가장 거룩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심지어 출애굽기 31:14에 랍비적 해석에서도 시몬 벤 메나샤(Simeon Ben Menasya)는 `안식일이 너희를 위해 있지, 안식일을 위해 너희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3)
  
그런데 예수님은 이어서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라고까지 말하시자 바리새인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안식일이 설사 인간의 육신적, 심적 그리고 영적인 필요를 위해 있다고 하자.4) 그러나 어찌 인자가 그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바리새인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안식일을 모독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 말씀은 안식일은 사람의 휴일을 위해 주어졌다. 그러므로 대표 인간이 그날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5)는 뜻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본문을 유의해서 보면 오해가 곧 풀리게 된다. 사람은 두 번 다 단수 명사 사람(man)인데 마지막 인자는 사람의 그 아들(the Son of Man)로 단순한 사람의 아들 이상의 명칭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자는 안식일제도를 세우신 분으로 하나님의 목적에 따라 안식일을 해석할 주권적 권위를 가지신 대표적 인간을 가리킨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을 입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시기에 사실은 우리에게 안식일 제도를 세우신 바로 그 하나님도 되시는 것이다. 바리새인들의 오해나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이시면서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바로 하나님과 한 분이신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었다.

   주
   1. R.C.H. Lenski, The Interpretation of St. Mark's Gospel, pp.125-126
   2. W. Hendriksen, The Gospel of Mark, p.108
   3. F.F. Bruce, Op,cit., p.33(그는 거기서 Mekhilta의 Rabbincical Commentary on Exodus 31:4을 인용하였다)
   4. A. Elwood Sanner, Mark(B.B.C.Vol. 6), p.290
   5. The New Bible Commentary, Revised, p.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