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저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계 9:1)
근래에 와서 묵시적인 환상을 담은 영화가 많이 방영되고 있다. 이것도 시대말적인 현상이나 현대 문명의 종말에 대한 예견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저갱은 천국이나 지옥처럼 성경적인 용어이지만 대부분의 신자에게까지도 낮선 단어다. 그러면 무저갱이란 말이 무엇인가? 요한은 어디서 이 말을 취해 왔는가? 무저갱은 어떤 곳인가?
무저갱이란 말은 헬라어 아부소스(abussos)로서 항상 형용사로 쓰이는데 문자적으로 그 뜻은 '아주 깊은 밑바닥이 없는' 이란 뜻이다. 또 비유적으로는 불가해한 무한한 그리고 끝이 없다는 뜻이다. 칠십인 역(LXX)에서 아브소스(Abussos)는 테이홈이라는 히브리어의 번역이다. 초기 셈족의 우주 발생에 따르면 지구는 모든 물과 강들, 샘들(창 1:2; 신 8:7; 시 24:2; 136:6)의 원천이었던 물의 넓은 본체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지하의 대양은 종종 지구 아래 물로 묘사되었다(출 20:4; 신 5:8). 욥기 41:32에 의하면 테이홈(Tehom)은 리바이어단의 집이었다. 칠십인 역(LXX)에 의하면 아부소스는 결코 스올(하데스)의 번역이 아니었다. 아마도 테이홈은 결코 스올의 일반적 의미였던 죽은 자의 거처를 의미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편 71:20에서 테이홈은 비유적으로 쓰였는데 많고 괴로운 고통을 가리켰다. 그러나 신약에서 아브소스는 귀신의 거처요 누가복음 8:31에서 흠정역은 `깊음 속으로'라고 번역하였고 Weymouth와 The Twentieth Century NT에서는 바닥없는 구멍으로 번역하였다(Thomas Lewis).1) 가경 에녹일서 21:7에서는 내려오는 큰 불기둥이 있는 무서운 곳으로 타락한 천사들의 첫 못으로 말하고 있다. 신약에서 무저갱은 11번 나오는데 요한계시록에서 일곱 번 나오고 있다. 그 곳은 9장에서 전갈의 권세를 받은 황충이 있던 곳이며 그들의 귀신적 왕자와(계 9:11) 무저갱의 짐승이 있던 곳이다(계 11:7; 17:8). 역시 일천년간 사단이 갇혀 있는 곳이요(계 20:1-3), 악한 영들이 이곳으로 보내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곳이다(눅 8:31). 로마서 10:7에서 신약에서는 비록 일반적으로 하데스로 선정된(행 2:27) 곳이긴 하지만 죽은 자의 장소로 나타난다.2)
위에서 본 대로 무저갱은 주로 귀신의 처소요 사람들을 전갈의 권세로 괴롭게 할 귀신들이 그 곳에서부터 나온 곳이기도 하지만 역시 요한은 그 말의 구약적인 개념인 물의 깊음이라는 의미로도 쓰고 있다. 요한계시록 11장에서 이 말은 바다의 깊음과 연관시키므로 13장에서 바다에서 나온 짐승을 사단에 의해 영감 된 세상 지배자와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면 무저갱은 형벌의 장소인가? 또 마지막 형벌의 장소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챨스(Charles)는 요한계시록의 무저갱에 대해서 형벌을 위한 장소로 말하였다. 그러나 형벌의 사상은 요한이 이 말을 쓰는 어느 구절에서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곳이 사단의 감금의 장소이나(20:1-3) 고통은 암시되어 있지 않다. 이곳은 하나님을 적대하는 자들이 사는 곳이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통제 아래 있다.3) 이 곳은 어떤 귀신들을 위한 감옥이라 할 수 있다(눅 8:31; 벧후 2:4; 유 6절 ).4)
위의 사실은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두 장에 무저갱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지지한다. 요한계시록 20장 이후에는 감옥이 필요 없게 된다. 왜냐하면 마지막 심판 때가 오면 마귀와 그에게 속한 자들은 고통의 마지막 장소 불못에 던져지기 때문이다(계 20:10).
이 본문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무저갱에서 나오는 타락한 천사, 귀신적인 존재들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때까지도 하나님의 통제 아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나님의 인 맞은 성도를 해치지 못한다. 물론 박해 때 주님께 대한 충성이 순교를 불러 올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저들의 영혼을 지켜 주실 것이다. 박해 중 순교에 직면해서도 전도하며 온전히 성실하고 충성할 수 있었던 것은 사단과 귀신들 그리고 사단의 영향으로 세상을 다스리던 인간 지배자까지도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는 신앙 때문이었다.5) 박해를 이기는 무기는 하나님 주권의 신앙뿐이다.
주 1. The International Standard Bible Encyclopedia(Eerdmans, 1957), p.27 2. Robert H. Mounce, The Book of Revelation, p.193 3. Leon Morris, Revelation, p.125 4. Alan F. Johnson, Revelation(E.B C. Vol. 12), p.493 5. Peter H. Davids, More Hard Sayings of New Testament, pp.260-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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