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예레미야를 속이셨는가?
RevSuh  2008-08-02 21:58:27 hit: 1,780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권유하시므로 내가 그 권유를 받았사오며 주께서 나보다 강하사 이기셨으므로
      내가 조롱거리가 되니 사람마다 종일토록 나를 조롱하나이다"   (렘 20:7)

위의 말씀을 표준 새번역 한글판에서는 이렇게 번역하였다.  주님, 주께서 나를 속이셨으므로 내가 주께 속았습니다. 주께서 나보다 더 강하셔서 나를 이기셨으므로 내가 조롱거리가 되니 사람들이 날마다 나를 조롱합니다.  새 국제역(NIV)에서도 주께서 나를 속이셨으므로 내가 속았다고 번역하였다.
  
그러나 이 구절은 성경의 다른 구절과 모순된다.  예를 들면 하나님은 진리의 하나님이시니 거짓말을 할 수 없으시며(히 6:18), 사람을 죄에 시험하시지도 않으신다고 하였다(약 1:3).  
  
그러면 이 구절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해석할 것인가?
여기 문제가 되는 말은 속이다 는 말인데 히브리어에 이 파타( pth )는 속이다, 꾀이다 또는 설득하다 는 뜻인데 영어 번역에서는 흠정역(KJV)과 개정 표준역(RSV)과 새국제역(NIV)까지 속이다는 뜻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예레미야서의 문맥에 따라 본다면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도 예레미야를 속이시지 않았다(1).  따라서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설득하시므로 내가 설득당했고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은 이 말이 성경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점과 문맥에 의한 해석에서도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타는 속임(참고 삼하 3:25; 겔 14:9), 유혹(참고, 출 22:15), 꾐(참고, 삿 14:15; 16:5), 설득(참고, 호 2:16; 잠 25:5)등으로 쓰였다(2).
  
더 나아가서 만일 하나님이 예레미야를 속였고 예레미야는 속았다고 한다면 하나님의 속성을 오해할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님을 모독하는 언사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말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여기서 예레미야가 하나님이 그를 속였다는 말은 하나님이 거짓말을 하셨거나 속이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가 선지자가 되도록 지나치게 설득하셨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그를 포로하시고 그를 압도하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예레미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벌써 백성들이 그를 박대하고 그의 메시지를 싫어하고 듣지 않을 것을 말씀하셨으나 실제로 백성의 조롱거리가 된 형편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불평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3). 그래서 박윤선 박사도 이 구절은 예레미먀의 선지자된 것이 오직 하나님께서 그 자리에 몰아 넣으셨기 때문에 되었다는 뜻이라 하였다(4).  칼빈은 이 본문을 하나의 풍자적인 표현으로 보았다.
  
어떤 학자들은 당신이 나를 꾀시므로 내가 유혹되었다고 문자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5).
  
어떻게 번역을 하던지 원래의 의미에는 변함이 없고 모순이 아니다.
이 구절에 예레미야의 하나님께 대한 불평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이론이 있으나 불평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불평은 하나님이 그를 속였다는 것이 아니라 그를 선지자로 부르시되 그의 어머니의 배에서부터 선지자의 사역을 위해 지으셨으므로(1:5)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는 점에서 나온 하나의 하소연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여호와께서 나를 속이셨다는 말은 도덕적인 속임을 의미하지 않는다(6). 하나님은 진리이시며 거짓말은 못하신다.  하나님은 누구를 속이실 수 없으시며 죄에 빠지도록 시험하시지도 않으신다.

     주
     1. Peter C. Craigie, Page H. kelley, Joel F. Drinkard, Jr., Jeremiah(Dallas: Word,1991), p.273
     2. Robert P. Carroll, Jeremiah(Philadelphia: Westminster, 1986), p.398
     3. Charles L. Feinberg, Jeremiah, E.B.C, Vol.6(Grand Rapids: Zondervan, 1986), p.502
     4. 박윤선, 예레미야(서울: 영음사, 1970), p.226
     5. John Bright, Jeremiah(Garden City: Doubleday, 1986), p.132
     6. Norman Geisler and Thomas Howe, When Critics Ask(Victor Books, 1992),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