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교한 자로 자기 궤휼에 빠지게 하시며 사특한 자의 계교를 패하게 하시므로" (욥 5:13) 욥의 세 친구는 욥의 고통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 왔다. 그러나 저들은 단순히 위로의 말을 하기 보다 욥의 불행도 죄 때문이라는 일반 원리를 들어 욥에게 회개를 촉구하였다. 저들은 욥의 위로자였기 보다는 욥의 고소자요, 정죄자요, 책망자가 되고 만 것이다. 물론 욥도 그들과의 논쟁 중에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도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욥은 차라리 저들보다 옳았으며 하나님께서도 그의 세 친구들이 옳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셨다. “데만 사람 엘리바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 두 친구에게 노하나니 이는 너희가 나를 가리켜 말한 것이 내 종 욥의 말같이 정당하지 못함이니라” (42:7). 이렇게 저들이 정당하지 못하여 하나님께 꾸짖음을 당했다면 저들의 한 말은 어떤가? 그 말들이 옳았는가? 더 나아가서 그것들이 영감된 말씀인가? 그렇지 않은가? 먼저 이 구절의 뜻부터 생각하고 문제를 다뤄 보자. 표준 새번역 성경에서는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을 제 꾀에 속게 하시고 교활한 자들의 꾀를 금방 실패로 돌아가게 하시니로 번역하였는데 그 의미상에는 차이가 없다. 이 구절의 의미 자체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 지혜로운 자는 성경적 의미에서 지혜로운 자를 가리키지 않는다. 교활과 꾀로 성취를 기대하며 계획을 세운 자들을 가리키는데 그들은 자주 그들 자신의 계획에 희생자가 된다는 뜻이다(1). 실제로 이 세상에서 영리한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서 하나님을 인식함이 없이 그들의 교활한 계획을 의지한다. 그리고 앞선 성공은 그런 사람에게 안전감을 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교활한 자의 가장 찬란한 때를 어두움으로 바꾸신다. 하나님께서 저들의 지혜를 어리석게 하신다(2). 그런데 신약에 와서 바울은 이 본문을 자기기만에 속지 않으려는 사역자는 사탄의 속셈을 드러내고 있는 이 세상의 지혜가 하나님 보시기에 어리석은 것임을 깨달으므로 그들의 사역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기 위해 인용하였다(3). 바울은 이렇게 사람의 지혜가 하나님께 어리석은 것임을 지원하기 위해 여기 욥기 5:13과 시편 94:11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가 의미한 것은 인간의 지혜는 사람을 구원하는데 전적으로 무력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구원은 복음으로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 지혜의 무능과 불충분성을 언급한 것이다(4). 이제 위 본문이 정당한 말씀인가? 그리고 영감된 말씀인지를 알아보자. 이 본문을 바울이 고린도전서 3:9에서 인간의 지혜와 하나님의 지혜를 대조하면서 인용했다는 것은 신약에서 이곳에서만 욥기를 인용했다는 점에서 이 말씀의 정당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엘리바스의 말이지만 그 내용이 하나님의 진리를 내포하였다(5). 이 말씀은 지혜에 대한 어두운 면의 정상적인 표현이다. 지혜의 기능은 삶을 지도하는 것이다. 어두운 지혜는 하나님 경외에 대한 지혜를 세웠던 표지를 옮겨 버림으로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지혜의 기술을 쓰는 사람들의 총명을 어둡게 한다(6). 이런 맥락에서 본문은 진리 면에서 옳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말씀도 영감되었다. 다만 하나님께서 욥의 세 친구를 꾸짖은 것은 그들의 말이 잘못되어서가 아니었다. 엘리바스의 잘못은 그 말을 잘못 적용 한데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저들은 병든 욥을 위로하러 와서 차라리 그 욥을 탄핵하고 정죄하여 용기를 주기 보다는 낙심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병상이 법정이 되었고 위로 자가 검사가 되었다. 엘리바스는 상담자로서 극단적인 부정적 예 였다. 위대한 진리들이 잘못 적용되면 이미 상처받은 자에게 그 이상의 상처를 줄뿐이다(7). 성경의 영감이나 무오성은 거기서 말해지고 행해진 것의 기록이 - 그 메시지의 문맥 내에서의 화의 의도대로 - 신빙성 있고 정확하게 우리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보증한다. 성경의 무오성은 거기서 말해진 것이 진리이어야 한다는 것까지 보증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욥기 1장과 2장에서 사단이 하나님께 한 말까지도 진리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8). 성경 저자들은 잘못 이야기한 사실이나 옳지 않은 부도덕한 사실까지도 예외 없이 정확하게 기록하였다. 다만 그 말이 참된 것인지 정말 진리인지는 그 문맥에 따라서 판가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주 1. Barnes' Notes on the Old Testament, Vol.1(Grand Rapids: Baker, 1987), p.164 2. John E. Hartley, The Book of Job(Grand Rapids: Eerdmans, 1988), pp.121-22 3. The Bible Knowledge Commentary, New Testament(Victor Books, 1983), p.512 4. Charles Hodge,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ians(London: Banner, 1964), p.61 5. 박윤선, 고린도후서(서울: 영음사, 1969), p.51 6. David J.A. Clines, Job 1-20(Dallas: Word, 1989),p.141 7. Elmer B. Smick, Job. B. C. Vol.4(Grand Rapids: Zondervan, 1988), p.896 8. 글리슨 아쳐, 성경 난제 백과사전, 황영철역(서울: 생명의말씀사, 1990), p.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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