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사람을 죽인자 곧 고살자를 증인들의 말을 따라서 죽일 것이나 한 증인의 증거만 따라서 죽이지 말 것이요" (민 35:30)
성경은 그 어떤 죄보다도 살인죄를 크게 다룬다. 살인죄에 대한 일반적인 교훈은 반드시 그 살인자를 죽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방 나라에서는 살인죄도 보상으로 사형을 면할 수 있었으나 하나님의 율법으로는 엄하게 금지되어 있었다(민 35:31). 이렇게 엄한 규율을 주신 것은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고 존중히 여김이 없이는 그 어떤 사회도 존재하기가 어렵다고 보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런 외적인 요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생명은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 있기 때문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곧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살인죄를 엄하게 사형에 처하도록 하신 것은 살인의 방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시려는 의도가 더 강하였다. 예를 들어 고의적이 아닌 실수에 의한 살인인 경우는 그 살인한 자의 생명까지 지켜 보호하도록 조처하셨다. 그것이 바로 도피성 제도였다. 부지중에 실수로 살인한 사람은 누구든지 도피성으로 피하므로 그의 생명을 찾는 보수자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다. 그는 그 성에서 나가서는 안 되었으나 대제사장이 죽으면 거기서 나가 자유하게 되었다. 그것은 대제사장의 죽음이 그의 죄의 죽음과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후에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를 없이 하신 것과 같았다(히 9:26).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의적인 살인인 경우에 그는 반드시 정죄되고 사형에 처해져야 했는데 그때에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증인이 요구된 점이다. 이런 규정은 살인자의 처형에 신중을 기함으로 재판에 잘못을 피하기 위한 제동장치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큰 범죄나 살인은 한낮이나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 장소 대신에 한밤이나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자행되지 않는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살인 현장에서 살인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 그리 쉽겠는가? 그것도 두 명 이상이라면 살인자의 처형은 그 시행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두 사람의 증인에 대해서는 살인죄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어떤 용의자이건 재판에 회부될 죄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였다(신 19:15). 도적질이나 사기나 간음이 모두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모두 큰 범죄 사건의 재판과 처리에 문제가 컸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죄는 다 은밀한데서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여기서 증인을 어떤 사람으로 이해했느냐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기 증인이라는 말은 꼭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본 증인을 가리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위기 5:1에 “누구든지 증인이 되어 맹세시키는 소리를 듣고도 그 본 일이나 아는 일을 진술치 아니하면 죄가 있나니 그 허물이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요”라고 하였다.
여기서 증인은 두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 실제로 범죄 사건을 본 사람 2. 실제로 보지는 못했으나 범죄자의 신원과 관계된 어떤 증거를 본 사람이다.
죄를 범하고 나서 어떤 경우에 자기도 모르게 내가 누구를 죽였다든지 누구의 물건을 도적질했다든지 또는 누구를 강간했다고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내가 누구를 죽여 버리겠다고 평소에 악한 계획을 말해 왔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증인이란 히브리말은 실제로 범죄를 보지 못했어도 그 범죄에 관련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⑴. 그밖에도 증인이란 말은 조금 다르게는 양 떼를 치는 목동이 주인의 양 떼를 사나운 동물에게 잃어버렸을 경우 자신이 그 범인이 아님을 증거 하기 위해 짐승에게 찢겨 죽은 양을 주인에게 가져오므로 그것이 증인이 되었다(출 22:13). 또 창세기 31:46-49에 보면 야곱과 라반이 서로 화해하고 나서 그 표로 돌을 모아 무더기를 이루고 이름하기를 증거의 무더기라 하였다. 그밖에도 두 당사자가 계약을 한 후에 기록한 문서를 증인으로 간주하기도 하였다(수 24:25-26). 이렇게 볼 때 증인은 꼭 사건의 목격자만이 아니라 그 사건과 연계된 증거물, 문서 그리고 간접적으로 그 사건과 연관된 일을 아는 것 등을 다 포함하였다. 그러므로 살인자나 그밖에 중죄의 재판과 그 실행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더 기억할 사실이 있다면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 가운데서 행하셨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부정 특히 죽음으로 인한 부정한 것에서 지켜져야 했다는 사실이다(5:1-49:15-23; 16:17, 19 )⑵. 이런 맥락에서 살인자에 대한 처형도 거룩한 회중의 대표자로서 제사장이 시행하였다⑶.
주 1. Peter H. Davids, More hard sayings of the New Testament(Downers Grove: IVP,1991), p.144 2. Gordon J. Wenham, Numbers(Downers Grove: IVP, 1981), p.239 3. Philip L. Budd, Numbers(Waco: Word, 1984), p.3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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